[도서평]조선시대 터럭하나까지도 같게 그려야...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 이성낙 눌와

Posted by 놀이터 추억보관소
2018.11.25 15:50 한국사 놀이터/조선시대

조선시대에는 어진을 비롯해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습니다. 전에는 지금의 사진이나 많이 봐온 서양의 초상화와는 다른 정서를 지닌것이고 사실성이 떨어지고 현재와 상관없는 정도로 애써 구시대의 유물정도로 치부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지난 시대 특히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바라보던 조선시대에 대해 폄하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한몫...


권위의 상징인 어진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대부들의 초상화들을 들여다보면 흔히 요즘말로하는 꼰대들을 보는 기분이 들때도 있고 표정없이 근엄하게 무게잡은 모습에 어릴때는 까닭모를 거부감도 있었던데다 사실 그다지 관심이 가지도 않았습니다.


조선시대는 잘아는 것처럼 성리학이 바탕에 깔린 유교사회였습니다. 지금이야 유교의 이미지가 고루한 느낌이 들지만 당대에 성리학은 새로운 이념으로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주자로 대표되는 성리학은 공자의 말씀을 금과옥조로 여기긴하지만 실제로는 이전시대를 풍미하던 불교와 도교의 폐단을 극복한 동시에 이들이 가진 장점을 내재시킨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볼수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이 되었지만 조선사회는 따지고보면 같은 줄기인 양명학까지도 배척하면서 성리학만을 중시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배층이 우리의 사대부와는 다르게 무사계급이었기에 반주자학이 한축으로 자리 잡은것과는 대비되기도합니다. 


주자학 이야기를 계속한건 현재 볼수있는 조선시대 초상화들이 피부의 반점하나까지도 세세하게 그대로 그리게된것이 주자와 함께 정주학의 원류인 정명도 정이천 형제가 이야기한 것에 기인합니다. 털오라기 하나라도 틀리면 다른사람  - 일호불사 편시타인(一毫不似 便是他人) -이라는 것을 철두철미하게 지켜낸것이라 할수있습니다. 


저자는 이성낙선생은 피부과의사이고 1938년생으로 인생의 황혼기에 저술했지만 오랜 세월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로 60년대 독일 유학 당시에 서양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변을 가지고 강의를 들었고 충격을 받았다고합니다. 귀국후에는 다시보기 힘들것으로 여겼지만 조선시대 초상화를 보고는 요즘말로 깜놀.. 사실주의에 기반한 서양초상화보다 매우 정밀하게 묘사된 것들을 보게됩니다.

이전에 오주석 선생의 책에서 보게된 이재와 이채 할아버지와 손자의 초상화로 알려진게 유전되지 않는 피부병변을 통해 동인인물임을 밝혀냈는데 이부분에 자문을 해준게 저자인 이성낙 선생입니다. 이러한 조선시대 초상화를 가지고 태조 이성계 어진에 묘사된 혹이나 조선시대 창궐하던 마마자국이 그대로 나온 초상화들은 부지기수이고 한쪽눈이 없거나 마이클잭슨이 앓았던 백반증이 묘사된 것에서 비류증상으로 코가 허물어진 초상화며 동일인물이 같은해에 그려진 오명항은 얼굴색이 완전히 다르게 나왔는데 간질환으로 인해 죽기전에 그려진것도 있습니다. 우의정을 지낸 정승이지만 한치의 가감없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조금은 질리기도.. 


극단적인 사례로 볼수있는것으로 같은해에 그려진 오명항 초상.. 사실적으로 그려진것도 그렇지만 그대로 용인한 조선시대 초상화의 흐름을 볼수있습니다.



같은 동양권인 중국과 일본의 초상화는 미화되거나 뽀샵질하듯 피부정도는 정밀하게 묘사가 되지않는 형태임을 감안하면 매우 독특한 조선시대의 특징이라고 할수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정직함을 요구하는 모습입니다.


조선시대 태조 어진부터 살펴보면 이마에 자그마한 혹이 보입니다. 왕의 어진에 이렇게 사마귀가 그려진건 사실 그대로 그려지는것에 의미부여가 되었기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태조 이성계 어진의 오른쪽 눈썹위에 보면 둥그런 흉터같은 혹을 볼수있습니다.


조선시대 어진중에 현존하는것은 태조 영조 철종(타다남음) 고종 순종을 들수있습니다. 이외에 추존왕인 원종(인조의 아버지)의 어진이 있고 많이 알려진 세종대왕이나 정조의 어진은 상상도입니다. 태조의 어진을 보면 북방과 왜구를 정벌하던 전쟁영웅이던 모습을 볼수있습니다. 매우 강단있게 생긴 모습...


최근에 어진화사였던 김은호 화백의 세조 어진 초본이 발견되어 현재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전시중입니다. 세조 어진을 보면 피의 군주 이미지와는 전혀다르게 두루뭉실하게 생긴것을 볼수있습니다. 조선 국왕의 어진은 625 한국전쟁으로 부산으로 옮겨졌는데 화재로 인해 대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피부과 의사라는 전문성이 없었다면 전혀 나올수 없는 저술입니다. 흥미로운 주제에 깊이까지 더해져 즐거운 독서경험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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